재택근무의 명암(明暗)
재택근무를 한지 거의 두 달이 지나간다. 처음 3주동안 재택근무를 한다고 했을때도 너무 오피스를 길게 비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느덧 시간이 지나 벌써 5월이 다가왔다. 이 재택근무 지침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름 전에는 정상화가 되기 힘들어 보인다. 개인적으로 나는 일터와 집은 분리가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 이렇게 일터가 집이 된 상황이 영 탐탁치가 않다.
물론 재택근무의 장점도 없는 것은 아니다. 출근 시간에 맞추어서 준비를 할 필요도 없이 컴퓨터를 키는 순간 일을 시작하게 되므로 시간을 아낄 수도 있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편하게 지낼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재택근무가 길어짐에 따라 아무래도 긴장이 느슨해지고 이로 인해서 일의 맺고 끊음이 흐려져 일을 효율적으로 한다는 느낌은 사라졌고, 시간관리도 회사에 출근할때 만큼 잘 되지 않는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도 일이 끝나도 집에서 편히 쉰다는 느낌이 사라져 버려서 집에 있어도 피곤한 감정이 계속 해소돼지 않는 기분이 드는데, 방법을 강구해야지 지금 처럼 지내다간 금방 지쳐버릴 것 같다. 오피스에서 근무를 할때는 동료들과 잡담, 커피마시는 시간 등이 일을 집중해서 끝내고 난 뒤 긴장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주곤 했는데, 재택근무 이후로는 바쁠때는 잠깐 쉬는 시간 없이 계속 일만 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그나마 이제 남은 장점이라고는 고양이랑 놀아줄 시간이 좀 더 늘었다는 정도...?
지금 회사는 Health Care Research 분야로 Essential Business로 간주되기 때문에 오피스가 문을 닫지 않아 출근을 해서 사무실에 나갈 수도 있지만, 정작 나가보면 나 혼자 덩그라니 오피스에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아서 몇 일 해보다가 프린트를 해야할 일이 아니고서는 굳이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생각해보면 나는 집에서 공부를 집중해서 해보려고 해도 번번히 실패를 했었고, 도서관을 가야지만 공부를 하는 타입이였다. 그런데 의외로 학교다닐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 같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도 지금 재택근무를 하면서 나와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을까?
처음에는 막연히 집에서 근무를 하면 좋을 것 만 같았는데, 생산성 저하와 피로감 누적으로 지금은 그 단점이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직접 코드나 페이퍼를 보여주고 설명을 하면 금방 끝이날 것을 번거롭게 전화를 하고 몇 번씩 파일을 주고 받고 하는것이 반복되다 보니 짜증이 솟구치기도 한다. 언제까지 이렇게 근무를 해야하는지 답답하다. 한국은 그렇게 많은 인구가 도시에 밀집해서 살고 있으면서도 Business를 Shut Down하지 않고 어느정도 선에서 코로나-19가 컨트롤이 된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미국도 어서 빨리 정상화가 되고 사람들이 다 일터로 복귀할 수 있었으면 좋을텐데, 아직 갈길은 멀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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