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우리는 뉴스에서 어떤 실험실의 물질이 동물 실험에서 암을 치료하는 효과를 보였다던지, 탈모를 치료할 수 있는 마법의 치료제를 찾았다는 뉴스를 종종 미디어를 통해 접하곤 한다. 그런데 이런 뉴스가 나온지 한참이 지난 것 같은데 아직도 암이라는 질병이 정복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마법의 탈모 치료제는 시판이 되지 않고 있을까?
이에 대한 설명을 위해서는 길고 험난한 임상시험의 각 단계를 이해해야 한다.
임상시험이란? - 4 단계(Phases)로 구성, 신약 후보물질 FDA 승인 프로세스 평균 12년
신약이 될 만한 후보 물질을 실험실에서 찾은 이후(Pre-clinical testing)에 임상시험을 준비하는데, 후보물질이 시험관이나 동물 실험과 같은 Pre-clinical test에서 효과를 보았다고 해서 약을 바로 팔 수 있는게 아니다. 위 탈모 치료제의 기사의 내용은 이제 막 Pre-clinical test가 효과를 보았다 정도이지 실제로 약이 시판되려면 임상시험을 통해서 약의 효능성과 안정성에 대해서 인증을 받아야 한다.
약이라는 상품은 생명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되어있는 상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대상으로 그 효과와 부작용을 깐깐하게 테스트해야 약을 시판 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된다. 신약의 허가를 위해서는 각 국의 규제기관에(e.g., 미 FDA, 한국 식약처) 이 물질이 정말로 효과가 있고, 사람에게 투여를 하여도 독성(Toxicity)이 적어, 약을 사용함으로서 얻는 Benefit이 Risk보다 커야 한다는 것을 임상시험의 각 Phase를 통과해서 증명을 해야한다.
임상시험(Clinical Trial)의 사전적인 정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의료 관련 연구를 칭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FDA의 신약개발 프로세스를 위주로 이 임상시험의 각 단계(Phase)들을 설명하려고 한다.
이 과정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과정보다 엄청난 규모의 돈과 시간이 들어가는데, 비용으로는 수백억원~조 단위의 돈이 들고 신약판매승인 프로세스의 기간을 평균 12년으로 잡을 만큼 길고 험난한 과정이다
(Source: Drugs, Devices, and the FDA: Part 1: An Overview of Approval Processes for Drugs, Normal, JACCJACC: Basic to Translational Science).
2006년~2015년의 FDA 임상시험 통계를 보면, 1상을 시작으로 신약판매승인을 받는데까지 통과하는 성공비율이 9.6%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Source: 미국 FDA 임상3상 성공률 58.1%라는데, 우리는 왜 못넘나...기로에 선 K바이오, 중앙일보 10/06/2019).
임상시험의 각 단계들에 대한 설명과 성공 비율
(Source: DeMets, D., Friedman, L., and Furberg, C. (2010). Fundamentals of Clinical Trials (4th ed.). Springer. ISBN 978-1-4419-1585-6.)
1상
처음으로 사람에게 신약 후보군을 투여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건강한 사람에게 물질을 투여해서 그 안정성을 테스트 한다. 투약적 정량을 늘여가며 어떤 단계에서 부작용(Adverse Event)가 발생하는지 확인하고, 적정 투여량을 (Dose Limit Toxicity) 정한다.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환자를 모집하는데 20-100명의 환자를 모집한다. 이 단계에서 대략 70%의 후보군들이 통과를 한다고 한다. (2006~2015 바이오 협회의 조사의 경우는 더 낮게 63.2% 수치를 잡았다.)
2상
실제 환자들에게 후보 물질을 투여하는 단계이고, 약의 효능(Efficacy)과 부작용(Safety)을 테스트한다. 이 단계에서는 약이 사람에게 투여되었을때 실험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 단계인지 확인하는 정도이고, 3상에서 가서야 대량의 환자들을 모집해서 약 효가 정말 통계적으로 유효한지 확인한다. 100명~300명의 환자를 모집하고, 이 단계에서는 대략 33%의 성공확률을 잡는다고 한다.
3상
임상시험의 꽃이자 FDA 승인 가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300-3000명의 대량의 환자를 모집하고 이 약이 Placebo나 다른 경쟁 약들에 비해서 효과가 객관적으로 나은지(더 나은 효능, 더 적은 부작용) 판단을 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를 통과하는 약들은 25-30%라고 한다 (2006~2015 바이오 협회의 조사의 경우는 58.1% 수치를 잡았다).
이 단계를 통과하면 FDA에서 승인허가를 받을 수 가 있는데, 제약회사들의 주식들은 이 단계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통과를 하면 그 주가가 폭등을 한다. FDA에서 신약 허가를 받은 회사들에게 수 년동안 독점 판매권과 특허권을 주기 때문이다.
이때 제약회사들은 이제까지 투자했던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서 상당히 비싼 가격에 신약을 판다. 약을 비싸게 파는 제약회사들을 마냥 비난만 할 수 없는 것이 수백억원에서 조단위를 한푼도 회수 하지 못할 수도 있는 리스크에 투자를 하는데, 독점권을 주는 것은 리스크를 감당한 회사들에게 혁신을 주도하라고 주는 어느 정도의 인센티브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몇 달전 이 3상과 관련되서 유명해진 회사가 있었는데 '신라젠'이라는 회사였다. 한때 15만원이 넘었던 이 회사의 주식은 3 상시험이 실패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7천원까지 떨어졌었다.
한국에서 한참 바이오 제약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상한가를 달리던 신라젠의 경영진들은 3상을 통과하기 전에 본인들의 주식의 상당 부분을 팔아버렸다. 이는 경영진들의 심각한 모럴헤저드를 보여주는데, 본인들이 스스로 3상 통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자인한 꼴이였고,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개미들만 피를 보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4상
약의 시판이 허가되고 그 이후에도 약의 장기적인 영향을 추적하기 위해서 FDA에 지속적인 보고를 하고 감시를 받아야 한다. 규제당국은 만약 판매된 약들에게 중대한 결함이 발견된 경우, 이 회사들에게 주어진 특허를 빼앗고 시판 금지를 명할 수 있다. 한 예로 코오롱에서 개발된 신약인 인보사는 그 부작용이 심각하고 데이터를 조작한 혐의를 받아 대표가 구속되는 등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129/99444726/1
Caveat
참고해야 할 점은 어떤 Study design을 쓰는지에 따라 모집되는 임상시험 참여자 수는 줄어들 수 있다. 예를들어 Randomization을 하기 힘든 암환자들이나 희귀질환 같은 경우에는 3상에서 많은 환자들을 모으기 힘들어 Adaptive Study design을 적용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는 샘플의 수가 위에서 언급 한 것 보다 적을때가 많다.
마무리
이상 임상시험의 각 단계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임상시험은 그 과정이 길고 험난해서 작은 회사라면 통과 여부에 따라 회사의 존망이 결정되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임상시험 업계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거나 바이오, 제약 주식에 투자하는 투자자라면 이 임상시험의단계를 이해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진행되는 임상시험의 종류를 알고 싶다면 미국 임상시험 데이터베이스인 clinicaltrials.gov 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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