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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eer/잡썰

[잡썰] 개인적인 이야기 - 전공과 진로에 대한 단상

by Data_to_Impact 2020.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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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거의 3년전(!)에 미국으로 출국하기전에 끄적였던 글입니다. 저 때는 도전을 준비하면서 고민이 참 많았었던 것 같습니다. 힘든 과정이였지만, 돌이켜 보면 최선의 결정이기도 했습니다. 

옛날 글을 꺼내보니 이 글 말미에 언급했던 마인드를 제가 아직 가지고 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Miami University 근처의 Huston Woods에서Miami University 근처의 Huston Woods에서


[잡썰] 개인적인 이야기 - 전공과 진로에 대한 단상-  2017.12월 18일 


나는 대학생활 좀 특이하게 한 사람이다. 나는 총 다섯 개의 전공을 거치고 졸업을 하였는데 한 학교에서 다섯 전공과목 수업을 들었다고 하면 남들은 날 더러 참 희안한 사람이라고 생각을 할 것 같다. 그만큼 난 전공선택과 진로결정에서 방황을 많이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런 나의 방황과 선택의 과정들은 내가 정말 잘 하고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서 어쩌면 불가피했었던 과정들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도했던건 아니지만, 내가 학부 과정동안 여러 진로들을 탐색했던 경험들은 타인의 시선을 벗어나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이였고 지금은 이 경험들이 참 소중하게 느껴진다.


나의 첫 전공은 Hospitality경영학부라는 호텔관광대학 소속의 전공이었다. 이 학과를 지원했을때 나의 동기는 참 뻔하고 무책임했다. 이 학교는 호텔경영학이 유명하니까, 남들이 알아주니까 라는 짧은 생각에 선택한 전공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남들의 인정 그게 뭐가 중요한가 싶지만, 이십 몇년을 입시를 위해 살아온 그때는 그게 세상의 전부인 것 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런 동기로 시작했던 내 첫 전공은 오래 지나지 않아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수업의 내용은 내가 꿈꿔왔던 이상과는 달랐고 이런걸 왜 대학에서 가르칠까? 라는 의문이 떠나질 않았고 첫 학기 내내 나를 괴롭혔다. 결국 한 학기를 마치고 바로 군 복무를 마치기 위해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를 하게 되었다.



또래보다 대학 입학이 늦었던 나는 복무를 하면서 진로 대한 고민을 많이 하였다. 그러나 고민끝에 내린 나의 결정은 이때도 어리석었다. 내 스스로 내가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살펴보기 보다는 무언가를 빨리 이루어서 성취를 해야겠다는 생각과 남들이 알아주는 직업을 갖고 싶던 허영심에 외교관 시험 준비를 하였다. 그래서 전과를 하게된 과가 고시준비에 가장 최적화된 전공이라는 ‘경제학과’이였다.



운이 좋게 경제학은 나와 적성이 맞았던 과였고, 실제로 내가 세상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 과목이다. 하지만 내가 경제학을 배우려고 했던건 고시를 합격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었다. 내 대학생활의 목표는 외무고시에 합격하는 것이 되었고, 진정한 배움의 의미는 조금씩 퇴색되어 갔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외교관이 되어서는 안되는 사람이다. 외교관은 국가에 대한 봉사관이 투철하고 국민을 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내가 외교관이 되고 싶었던 이유는 남들한테서 인정받고 외국에서 폼나게 살고싶다는 허황된 욕망이였다. 외교관이 되고싶다는 동기부터 글러먹었기 때문에 나 같은 사람은 외교관이 안(못)되길 잘 한것 같다.



여튼 이런 동기로 시작한 전공이였기에 공부는 재미가 있엇지만 합격을 위한 수단이였기 때문에 내게 그렇게 의미있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계량경제학이라는 경제학과에서 가장 통계학에 가까운 과목을 듣게 되었는데 여타 다른 전공 수업과는 느낌이 달랐다. 직감적으로 이 분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이 진행될 수록 내가 정말 이 과목을 재미있어 하고 어느 정도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더 늦기전에 이 분야를 본격적으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에 들어와서 처음 무언가를 주체적으로 하고 싶은 분야를 찾았던 것이였다.



하지만 당시 나는 외교관 시험을 준비하는 1년차 고시생이였다. 1년정도 시간을 투자했는데 이제 와서 또 진로를 바꾸자니 너무 늦은것 같고 미래가 걱정되어서 고민을 한참을 했던 것 같다. 무작정 교수님께 이런 사정에 대해서 메일을 보내고 더 공부를 하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여쭈어 보았다. 그때 교수님께서 더 깊이 공부하려면 수학이나 컴퓨터를 공부해야된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이 분야에 일하시는 분들의 조언을 귀담아 들었다. 같은 학교 경제학과 선배 OO이형, 독일에계신 OO 형님 일단 붙잡고 무조건 물어보았다. 내가 무엇을 해야되냐고… 다들 같은 이야기를 하셨다. 수학, 통계 그리고 컴퓨터를 공부해야 한다고. 지금 생각해보면 참 아무것도 모르는놈이 와서 대책없이 물어보았던 것 같은데 두 분 모두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감사한 분들이다. 해주신 조언들을 듣고 심사숙고한 이후에 이 분야의 대학원 유학을 하는 것을 목표로 내 진로를 수정하였다. 지금이야 덤덤하게 말을 할 수 있지만 그 당시 나로서는 굉장한 모험이였다.



고민끝에 외무고시준비를 그만두고 그 동안 고시생으로 지내면서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하나 둘 씩 실천해보기로 했다. 먼저 오스트리아로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교환학생을 다녀온 학교는 경제학과가 없어서 Supply chain(경영학)으로 한 학기동안 수학을 하였다. 나의 세번째 전공이다. 경영학은 경제학과는 달리 한 회사가 어떻게 잘 굴러가는지에 대해 연구하는 과목이였는데, 내 첫 전공과 별로 느낌이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문에 대한 치밀한 논리보다는 약간 임기응변식 Case study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또한 나와는 안 맞는 전공이였다.


교환학생을 다녀오고 나니 벌써 4학년 1학기가 되었다. 남들은 한창 취업준비 하느라 스펙을 쌓고 있을때 나는 수학을 복수전공하고 컴퓨터공학을 Minor로 수업을 듣게 되었다 (네번째, 다섯번째 전공)시작했다. 겨울방학때 부터 계절학기로 미분적분학을 듣고 봄학기 부터 해석학, 자료구조, 알고리즘 같은 과목들을 따라갔었는데, 정말 힘들었다. 나는 고등학교도 문과를 나왔고 이과출신 학생들도 힘들어하는 수학과를 4학년이 되어서야 시작 하였기 때문에 힘든것은 당연했다. 그 와중에 틈틈히 GRE 와 토플을 보고 추천서를 받아야 되었기 때문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시험공부하면서 처음 밤도 새보았다. 힘들었지만 내가 선택한 과정이였고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포기하면 이제는 돌아갈 길도 없었다. 친구들은 하나 둘씩 취업소식을 알려오고 내가 정말 유학을 갈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문득 찾아올때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것 같다.


다행히도 배수진을 친 내 전략이 먹혔는지 혹은 이 공부가 내 적성에 맞는 전공이여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성적으로 학기를 잘 마무리 할 수 있었고 교수님들의 추천서도 잘 받을 수 있었다.첫 번째와 세번째 전공을 공부를 하는 동안에 들었던 학문에 대한 회의감도 없었다. 그리고 뭔가 되려고 했는지 운이 좋게 그 해 여름 서울대학교 데이터 사이언스 연구실에 인턴 연구원으로 근무를 하게 되었고, 연구실 경험이 바탕이 되어 겨울엔 괜찮은 회사에 통계분석 직무 인턴으로 직장생활도 하게 되었다. 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가 끝나고 정규직 전환 심사를 할때 쯤 마이애미 대학으로 부터 합격을 했다는 통보를 받게 되었다. 합격소식을 들었을때는 뛸듯이 기쁘다는 것보단 이제 조금 마음을 놓을수 있겟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출국 전 봄학기는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마무리 하였고 올 여름 통계학 석사과정으로 미국에 오게 되었다. 운도 많이 따라 주었던 것 같다. 내가 주체적으로 결정을 한 이후에는 정말 신기하게도 어려워보이는 모든 과정들이 일년 사이에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처음 대학에 입학을 하였을때 상상했던 내 진로는 지금의 내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그때의 계획대로 진행된건 아무것도 없었다. 우연치 않은 기회에 목표가 수정이 되었고 진로가 바뀌었다. 하지만 학부생활을 하면서 내가 얻었던 것은 지식 그 자체보다는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알게된 내 내면의 동기의 중요성과 뚜렷한 방향을 잡은 목표는 노력하면 언젠가는 이루어진다는 자기확신이다. 사실 내가 실패 해왔던 선택들은 주체성과 방향성이 불분명한 막연한 선택지들이였고 이 때문에 내가 그 선택에 온전한 노력을 투자했다고 할 수 없는 것들이였다.



지금으로부터 5년 후에는 내 진로가 또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미래에도 내가 학부때 고민했던것 과 같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면 다시 한 번 내 내면의 동기가 가르키는 방향으로 선택을 하고 도전하고 싶다. 사회적인 시선, 남들의 인정이 꼭 정답이 될 수 없다는것을 요즘따라 더 크게 느끼게 된다. 지금보다 나이가 더 들더라도 사회에서 정답이라고 말하는것들에 반하는 선택을 두려워 하지 않을 용기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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