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때 대입준비를 하면서 나는 윤리와 사상이라는 선택과목을 골랐었는데, 역사 과목들과 더불어 이 과목을 가장 좋아 했었다. 그 이유로는 동양 철학, 서양 철학, 현대 철학 등 인류의 지성사가 발전해온 과정들을 고등학생 수준에서 어렴풋이나마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양 철학이 이성과 합리성을 필두로 세계를 설명하는 것에 초첨을 두는것에 반해, 동양철학은 태평성대를 이루기 위한 한 개인의 처세나 집단의 윤리를 강조 했는데, 대입시험을 치른지 십년이 넘게 흐른 지금에도 아직 어렴풋이 뇌리에 남아있는 유교 경전의 구절이 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 (修身齊家治國平天下)
이 구절을 그대로 해석을 하자면,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가꾸고, 가정을 다스리고, 나라를 다스리고, 온 세상을 평안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사실이 말 자체는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을 만큼 별 새로울 것이 없지만, 이 텍스트의 의미를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면 그 해석은 다음과 같아질 수 있다.
1. 우선 본인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바로 잡고 부단한 수양을 하고 난 이후에
2. 본인의 가정을 잘 관리하고,
3. 국가의 대소사에 관여를 하고,
4. 세상을 평화롭게 한다.
1&2가 3&4를 이루기 위한 조건이라고 해석을 한다면, 본인과 가족의 간수부터 잘하는 사람이 더 큰 것을 말할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요즘엔 일반인은 말할 것도 없을 뿐더러, 정치인들 조차 1과 2가 충족되어있지 않는 상태에서 거대담론을 이야기하고 개혁을 말하니 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본인의 행실과 가정을 돌보는 기본적인 작은 일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세상은 썩었다" 라고 불평불만을 하면서 정작 큰 것에 대해서 논평을 한다. 현실세계에서는 그런 사람들을 알아서 걸렀겠지만, 정보화시대에 범람하는 불필요한 정보들로 그런 사람들의 사사로운 정보들까지 알게 될때가 있다. 그럴때 마다 저 경전의 구절을 떠올리며 나는 어떠한지 한 번 돌이켜 보게 된다. 최소한 위선자는 되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 내 자신과 가족을 돌보는데 집중하고, 정치나 세계 평화 같은 것에는 거대한 것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최근에도 한 정치인이 비서를 성추행 해서 자살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수신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은 늘 그 끝이 좋지 못하다.
구닥다리로 취급 될 수 있는 유교의 경전이 2020년에도 유효한 교훈을 주고 있다.
* 최근들어 Jordan Peterson의 12 Rules For Life를 읽고 있는데 한 가지 항목은 이 수신제가치국평천하와 일맥상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p9599kwn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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