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썰] 데이터사이언티스트/애널리스트의 산업분야 결정
유명 통계학자인 John Tukey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The best thing about being a statistician is that you get to play in everyone’s backyard.
이는 통계학 전공자들이 통계학적 지식을 적용해서 여러 산업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범용성을 자랑하는데 흔히 인용되는 말이다. 하지만 한 개인의 커리어 성장의 측면에서는 이 말이 그리 달갑게 해석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문장을 조금 다른 측면에서 해석을 한다면 남들의 뒷마당에서만 놀다가 자칫하면 조직에서 중추적인 역할에서 멀어진다는 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통계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갈 수 있는 분야는 참으로 다양하지만 본인의 커리어의 성장을 위해서는 어떤 산업군에서 본인이 도메인 지식을 쌓고 전문가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곰곰히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최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일하고 있는 친구들과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커리어에 관련된 이런저런 생각을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회사생활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공감을 했던 것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타이틀만 보고 본인이 일할 직장을 결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필요로하는 여러 가지 산업분야가 있고, 각 산업분야마다 무수히 많은 회사들이 있다. 하지만 같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타이틀을 달고 있더라도 산업분야나 회사마다 보상이나 본인이 할 수 있는 역량은 매우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이제 커리어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은 이 점을 시작하기 전에 잘 고려해 보았으면 좋겠다.
물론 이제 첫 직업을 찾고 있는 신입의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많지는 않지만 2년이나 3년정도의 경력이 쌓이면서 본인이 성장하고자 하는 인더스트리를 결정을 해야 하는데 미국에서 직장생활이라는 것이 커리어가 쌓일수록 산업분야를 바꾸어서 이직을 하는 것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데이터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도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기 위해서는 도메인 관련 지식이 중요하다. 내가 일하고 있는 임상시험 업계를 예를 들어보면 여기는 임상시험 데이터 그 자체를 이해하는 것과 FDA 승인 절차를 잘 이해해야지 인정을 받는데, 아무리 타 업계에서 데이터 분석을 하고 경험을 쌓아도 제약회사나 CRO에서 임상시험 경험이 없다면 경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나도 직장인이 되기 전에는 잘 몰랐던 사실들이니 이제 일을 시작하려는 분들이나 이직을 하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정리해서 마음에 글을 남긴다. 아래의 내용은 개인적인 견해이니 그냥 참고 정도만 하셨으면 좋겠다.
1. 금전적인 보상
금전적인 보상이 아마도 사람들이 결정을 하는 것에 있어서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일 건인데, 각 개별 회사들의 차이보다는 굵직한 산업분야에 따라서 평균적인 보상을 체크를 해보는 게 좋다. 이직을 할 때 같은 인더스트리로 옮기는 경우가 가장 흔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에는 Glassdoor나 Levels FYI 같은 웹사이트를 통해서 경력마다 어떻게 Total Compensation이 올라가는지, 상한선은 얼마인지 체크를 해보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 체감을 하기에는 FAANG 및 빅테크기업(RSU 비중이 다른 회사들보다 높음) >>제약회사>=컨설팅>리테일 및 기타 순으로 보상이 차이가 나는것 같았다.
2. 산업분야나 서비스의 규모와 전망
당장의 금전적인 보상이외에도 내가 일하는 산업이나 서비스 분야가 성장을 하는 산업인지 아니면 죽어가는 산업인지 아닌지 체크를 해보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잡 타이틀만 데이터사이언티스트를 달아서 경력을 쌓아도, 그 인더스트리의 잡마켓이 좁거나 수요가 그만큼 줄어든다면 내가 일한 경력을 많이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우에는 경력을 몇 년 쌓고 다른 산업으로 이직하는 게 좋다. 산업분야가 성장하고 규모가 클수록 이직을 하기가 수월해지고 커리어를 쌓기도 수월해진다.
3. 데이터 조직의 회사내 영향력과 성장성
내 업무가 회사의 비즈니스 프로세스에서 어떤 영향력을 줄 수 있는지 판단을 해야 한다. 단순히 의사결정의 보조 역할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비즈니스 모델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인지 본인의 팀이 회사에서 어떤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빠르게 파악을 해야 하고, 내가 올라갈 수 있는 직책이 어느 정도 되는지도 중요한 결정 요인이다. 회사 내에서 데이터사이언티스트로 기여할 수 있는 임팩트가 적거나 혹은 팀에 실력 있는 팀원이나 선배들이 없어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 하루라도 빨리 이직을 해야 한다.
4. 조직의 특성
얼마전 대학원 동기인 한 미국인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본인이 일했던 경험을 말을 해주었는데, 그 회사에서는 데이터 인력을 뽑아 놓고도 뭘 시켜야 할지 모르고, 그냥 다른 회사도 다 뽑으니까 한번 뽑아보자 이런 식으로 조직이 운영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가 아무리 틀린 말을 해도 다들 어떻게 이런 것을 아냐 이런 식으로 대답이 돌아오니 실력을 쌓기가 어렵다는 판단하에 이직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런 경우가 사실 최악의 경우인데, 배울 사람이 없으니 경력이 쌓여도 실제로 실력을 쌓기가 힘들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본인이 일하고자 하는 조직, 그리고 회사가 나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Analyst로 얼마나 성장시켜 줄 수 있을지 미리 판단을 해야 한다.
내가 일하는 임상시험 산업분야는 통계학 석/박사만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서 일을 할때 그런 어려움을 겪지 않지만, 리테일 분야에서 데이터사이언티스트와 PM으로 일을 하는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모델이나 통계를 이해를 못 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과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참 힘들다고 한다.
5. 도메인지식에 대한 흥미
내 경우를 예를 들어보면, 나는 한국에서 리테일 관련 기업에서 통계 분석 인턴을 했었는데 그때의 화두는 개인화 추천 모델이였다. 그래서 소비자들의 유형을 그룹으로 나누어서 특정 군마다 차별화된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회사의 주요 과제였는데 일을 할 당시에는 내가 하는 일의 영향력을 고려를 한 것보다는 머신러닝이나 알고리즘과 같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더 관심이 있었고, 이를 연구하는 것처럼 적용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돌이켜서 생각을 해보면 비즈니스에 임팩트를 주고 회사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를 하려면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어느 정도 산업자체에 대한 이해와 어떻게 모델과 데이터를 비즈니스에 적용을 할지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해야 되는 것이었다. 아무리 기술적인 측면이 뛰어나다고 해도 연구조직이 아닌 이상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거나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그다지 큰 의미가 없다.
학교에서는 이론적인 것들을 주로 다루지만 회사에서는 이제 내가 전문가로 성장을 하기 위해서 스스로 응용분야를 정하고 학습을 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내가 흥미로워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는 도메인 분야를 찾고, 내가 어떤 분야에서 의미 있는 임팩트를 주고 싶은지 고민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는 다시 리테일 도메인으로 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최적화를 시키는 것보다 환자들의 건강을 향상하는 것에 도움을 주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리테일 분야가 절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흥미로워하는 도메인이 이제는 건강관리, 헬스케어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섯가지 정도의 기준을 가지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애널리스트의 산업분야 결정에 대한 생각을 한번 정리해 보았다. 이제 막 취업을 해서 일을 시작하려고 하는 분들이나 이직을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관련글 : [잡썰] 데이터 분석가의 핵심 역량- 도메인 지식과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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